바로 내가 현직 전경이다
전경들의 아비투스와 나라 망하는 이유

흔히 전경이라 불리는 사실은 의무전투경찰순경이란 정식명칭과 줄여서 의무경찰, 더 줄여서 의경이라 불리는 바로 그 존재. 내가 바로 현역 군복무를 의경으로 대신하고 있는 소위 전경이다. 그동안의 촛불집회동안 무슨말이라도 한마디 해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네이버댓글에 '전경들 때리지 마세요'라는 댓글을 다는것 만으로 폭력경찰 리스트에 내 이름과 집주소와 전화번호와 싸이월드 주소가 올라가는 현실에 (내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중대에 있었던 실화다. 그것도 무더기로) 무슨말을 쓰기도 어려웠고 잘 쓰지도 못하는 글솜씨가 너무 답답하고 사실 중대피씨실에서 긴글을 쓴다는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서 미루고 미뤄왔던 일을. 그래 지금은 조금이라도 무슨 말을 하면 좀 사람들이 그래도 한번쯤은 들어봐주지 않을까 하고 쓴다.

전경들의 아비투스라고 했다. 사실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세대'의 정치적 무관심, 혹은 사상적 무관심에 대한 논의는 그리 신선지 않다. 되풀이되고 되풀이되고 되풀이 되서 그 와중에는 책도 몇번 나오고 뭐 그랬던 얘기이지 않나. 그런데 왜 하필 전경들의 아비투스일까.
아마도 '전경들도 사람이에요'라는 식의 투정이 가지고 있는 무정치성. 촛불집회든 이명박이든 일단 나한텐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라는 식의 한편 철없어 보이는 투정이 몹시도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고 또 그런 식의 주장이 일견 잘 먹혀들어가서 그래 전경들은 좀 불쌍하지 않냐 라는 논의가 영 탑탁치 않았나 보다.
기실 나도 그런식의 논의가 그리 맘에 들지는 않는다. 대게는 우리가 격은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더 중요하게 왜 때리는지에 대한 설명도 되지못한다. 사실 '고생' '수고' 같은 말들은 시위현장을 뛰는 전경들을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이후로 싸움이란걸 해본적도 없고, 소위 '깡'이란것도 부족한 천상 연필잡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시위현장에 일선에 서면 너무 무섭다. 며칠전 촛불집회는 아니지만 장안동에서 일선에 선날 안마방 포주쯤되는 사람들과 한바탕 일전을 벌이고는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나는 내손이 그렇게 심하게 떨리는걸 처음 봤다. 아, 나는 아직도 이렇게 겁쟁이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매번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말도 안되는 현장으로만 몰리는 나를, 원래는 멱살한번 잡아본적없는 사람인걸 생각하고는, 또 내가 이제는 고참이 되서 이 어려운 순간에도 정신을 놓지말고, 20명이 조금 넘는 소대원들을 이끌어야 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분대장을 잡고 촛불집회에 나간날, 내 바로 옆에 있던 갓 들어온 신병이 한 3초사이에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한테도 몇명이 시위대가 달라붙어 끌어당기는 바람에 잠깐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인데 그 사이에 내 바로옆에 있던 녀석이 영영 사라져버렸다. 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녀석이 끌려가는 모습을 얼핏 봤었던 것 같다. 아주 잠깐이지만 먼저 끌려서 붙들려가는것을 보고 그다음에 나한테도 시위대들이 달라붙었던 것인데, 나는 솔직히 그냥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애들을 뒤로 물렸고 나는 옆에서 그런일이 있었던걸 못봤다고 했다.

현대인들은 가상의 세계에 산다. 그것은 원문에 나온 '결과의 세계' 어떤 현실에서 출발해서 쌓아올려진 어떤것들이 극단적으로 발달해서 뿌리의 어떤 현실이 닿지 않는 인공의 조형물위에 토대로 한 세계다. 촛불집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상에 기반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촛불집회는 다음과 아고라와 블로그와 댓글과 뉴스와 신문기사상에 존재했을 뿐이다. 원문에서 말한대로 지금 우리가 정치적 이슈에 무관심해진것은 우리가 가상에 세계에 존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치적 이슈이던 싸이월드던간에 손에 걸리는 것들은 모두가 가상이다. 어떤것도 실체를 파악할 수가 없다.

이런 가상의 토대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그래도 현실은 가시권안에 있었다. 현실의 토대위에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볼 수 있었기에 그것에 대한 사유가 있었고 아직 무엇이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인류가 고작해야 수레로 무엇인가 옮기기 시작했을때 무엇인가 옮기고 또 수레를 만들고 움직이는 과정은 모두 현실의 가시권안에 있었을 테지만 가솔린기관의 6단미션짜리 세단에서는 많은 부분이 가상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이윽고 우리가 우주선안에서 태양계를 여행하고 있을때 우리는 현실과 가상의 판단을 포기를 한다.

마찬가지다. 나는 수많은 집회시위를 나가봤지만 내가 마주하고 있는 그들이 어떤 현실의 토대에서 어떤 구호를 외치는 일을 본적이 없다. 물질적인 위협은 대게는 생존의 범위에서 벗어나있고 어느정도는 복지가 되며 또 어느정도는 민주적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어떤 수사나 이데올로기적 설명없이 그들의 구호는 어떤 필연적 연역을 수반 하는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나의 요점은 그들의 요구가 그냥 단순한 '불평'이라는 매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의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런 '의제'는 단순히 표면상의 내용뿐 아니라 수많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의도로 네트워크된 역시 '가상의 세계'에 토대된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그러한 내용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더욱 극단적이고 절실한 것으로 포장되고, 스스로에게 그런 믿음을 강요하고 또 그런 믿음을 통해 '적'을 규정하고 '투쟁심'을 유발하는 과정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결국엔 현실에서 시작된 의제가 새로운 가상으로 탄생하게 되는 그런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현실을 파악하기를 포기하고 (사실은 그럴 의지도 없고 그런것을 이해할 바탕도 없고) 새롭게 형성한 가상속에서 종교적 행사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촛불집회에서도 그런 과정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미국산 소고기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의제였다. 그렇지만 촛불집회를 거치는 동안 미국산쇠고기는 하나의 믿음이 되어갔고 실체는 점점 불분명해지고 그에 관한 신화를 쓰기위해 경찰과 전경이 동원되고 애초의 의제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지금까지도 가상의 실체는 여전히 건재하다.
어떤 의미있는 의제도 가상이 되어버리는 현실. 우리의 우주선은 너무나 복잡해서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없기에 수레바퀴의 가상을 만들어 버리는게 지금의 '운동'의 현실이다.

자.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신병은 그래도 별일 없겠지란 나의 생각과는 달리 피범벅이 되어서 '발견'되었다. 우리는 아무도 때린일이 없는데 저쪽에선 '민주주의 국가' '폭력경찰' '니들이 뭘알어' '이명박의 하수인'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100만이 모였다는 촛불집회에서 민주주의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토론을 하던 사람이 있었던가? 그때 갑자기 어떤 빨간 복면을 쓴 학생이 나를 발로 차고 갔는데 둔탁한 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갑자기 나쪽으로 몰려들어 '너 이새끼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때리냐'고 나한테 뭐라그런다 어떤 여자는 내 앞에 와서 '폭력경찰 개새끼를 다 죽어버려'라면서 울고 있고 나를 포함한 우리 소대는 또 한번 피곤한 몸으로 힘든 싸움을 치뤘다. 결국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알 수 없는 혼돈의 공간에서 나는 오늘도 부들거리는 손을 남들 몰래 감추고서 20명쯤되는 소대원들을 가지고 제발 이곳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길 바라는데. 자, 나는 그순간 어떤 가상에서도 살고있지 않다. 어떤 구호조차 가상에서 외쳐지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항상 말도안되는 곳으로만 내몰리는 우리는 어떤 가상에도 놓여있지 않다. 전의경들은 어떤 신문의 기사나 뉴스의 기사속에도 있지않다. 끌려가서 피범벅이 되는 현실과 무의미한 욕설만 던져지는 현실에서 오늘도 어떻게 하루를 견대낼까 생각하는 현실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유의미하다. 많은 전의경들이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아는것이 없다. 폭력은 현실인데 다들 가상밖에 모른다.

이런 우리들의 아비투스는 무엇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아비투스는 이곳에서 속절없이 와해된다. 물론, 이런 나 역시 이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시 가상의 영역에 몸을 던지고 나의 사고를 구조화해야한다. 지금의 전경들이 미래인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의 전경들은 미래의 그들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현재에 던져야 하는 지금의 전경들은 미래에 있지않다. 시위대들에게 방패를 내리찍는 지금의 전경들은 그들이 전역하는 순간 다시 그들의 세계에서 쿨해지기도 하고 싸이도 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될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걱정하고 싶다면 촛불집회에 모인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진지한 고민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걱정해야 된다. 그래, 바로 그 사람들이 싸이월드와 블로그에 열광하고 자신을 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정치적이며 실제로는 세계에 무지하며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정택이 교육감이 된것은 전경들이 단체로 1번을 찍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이글을 읽을 사람들과 트랙백한 원본을 읽을 사람들이 정말 무슨 이야기인지 조차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by 제라늄 | 2008/09/02 12:16 | 트랙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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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tf's me2DAY at 2008/10/13 19:22

제목 : wtf의 생각
바로 내가 현직 전경이다, 나라 망하는 이유가 왜 전경인것일까?: 촛불시위엔 한번 참석했지만 나도 촛불시위를 '문화행사'로 소비했을 뿐인 것 같다. 아쉽게도 글쓴이가 지적하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지만, 글 내용에 뜨끔뜨끔한 것이 너무 많다....more

Commented by 제라늄 at 2008/09/02 12:26
원래도 잘 쓰지도 못하는글이지만 이렇게 긴글을 아무 생각없이 되는대로 쓰다보니깐 무슨말인지 저도 알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던 탓도 크겠지요. 부디 현명하지 못한 글을 현명하게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경험자 at 2008/09/02 13:59
전직 전경으로서 무섭군요.
젊은 전의경 친구들이 시위대를 필요이상으로 폭력행위를 구사하면서 이같은 자기방어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명령과 조직논리에 충실했다는 변명 집어 치우십시오.
이미 10여년이 지났지만 내 군생활동안 어느 누구도 충분히 시위대 연행이 수월한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패'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중대장도 소대장도 부관도 고참도 그 어느 누구도.
그 대상이 노인,여대생에게까지 이르르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경험자로서 난감해하고 있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군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10여년전 IMF를 군생활 말년에 맞고 제대했습니다.
그래요 열심히 뛰십시오.그리고 열심히 패십시오.
나중에 군생활에 대한 후회는 없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Commented by 제라늄 at 2008/09/02 14:20
것봐요 내가 쓴글은 하나도 안읽었잖아요. 저는 시위대를 때린 경험이 없고 그래서 그에 대한 설명은 한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글의 내용이 그런 내용은 전혀 아닌데요. 원문글이 전경의 정치적 무관심을 질책하기에 그런 행동이 정치적 판단에 대한 것이라던가, 문화적인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그들이 절박한 현실속에 이루어지는 결과이지 문화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는데요. 많은 경우 전의경의 폭력행위는 주변 상황을 수렴해서 행하게 되는 판단의 결과가 아니거든요. 쉽게 생각해서 군대에 오기전에는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그렇게 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제라늄 at 2008/09/02 14:22
아 근데, 제 글의 어느부분에서 '명령과 조직논리에 충실했다'라는 구절이 있나요?????????
Commented by 로메슈제 at 2008/09/02 19:31
촛불시위 참가했던 사람인데, 실제로 폭행 당했던 적은 없어요. 총 세번 참가했는데, 늘 지하철 끊기기 전에 돌아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참가했던 시위는 늘 평화로웠는데-_-;;;화난 군중은 무섭죠.
수많은 군중이 걸어가는 모습은 참가하는 입장에선 보기 좋지만 막아야 하는쪽에선 좀 공포스러울지도.
제가 돌아가는길에 시끄러워서 뒤를 보니 전경 버스 흔들고 있더라구요.
만약 반대쪽에서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어요.
그래도 죽창과 화염병 시대는 지난 것 같지만 아직은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분들이 있어서.
세번을 끝으로 다시 나가지 않은 건 조금씩 시위가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랬어요.

초기에 촛불만 들고 모일때, 자유 발언 하고 모인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이야기 할때가 좋았는데.
대책위에 각종 단체가 끼여들면서 구호를 따라 하라고 하고, 노래를 따라부르라고 하고,
그런 점이 정말 싫어져서 안나가게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진영 at 2008/09/02 23:00
시위가 변질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것 자체를 단지 소비하는 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겁니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고, 혹은 그정도로 절실하지는 않기 때문에.
Commented at 2008/09/03 14: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재호 at 2008/09/03 16:43
글쎄요.. 제라늄님이 '나는 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 옆에 피범벅이 된 신참을 보았다'는 제라늄님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에 불과합니다.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비율의 시위자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전의경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겠지요. 그리고 통제되지 않고 흥분된 군중과 이를 통제해야하는 조직되고 훈련된 일원들의 행동을 비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전의경입장에서는 불공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경찰이 흥분한 군중과 동일하게 행동하면 그건 이미 경찰이 아닌 것이죠. 제라늄님은 한명도 안때리셨다니 그 자제력은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안때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죠.)

어쨌든 메딕을 경찰 방패로 찍고 넘어진 비무장 여대생을 여러차례 단체로 구타하는 장면이 한바퀴 돈 이상 제라늄님의 절제와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의경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가 내려지기는 당분간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재호 at 2008/09/03 16:49
그리고 시위란 원래 그안에서 민주주의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운 법입니다. 소위 혁명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폭력 시위들을 상기해 보세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적 절차따위는 이미 사치가 되어버린 상황인 거죠. 의제로서 논의되어서 해결될 거라는 가능성을 다수가 느끼는 상황에서는 그런 대규모 시위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논의의 가능성이 상실되면 실력행사가 시작되는 거죠. 그것이 '실력행사'이기 때문에 바라는 바와는 다르게 폭력적으로 흐르게 되구요. 그많은 사람들이 그정도로 절제했다는 것 자체가 (물론 폭력이 있었죠. 규모에 비해 작았다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타국인 친구들과 얘기해본 바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것이 대세라는 것을 말해 둡니다.
Commented by 제라늄 at 2008/10/11 20:15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촛불집회 전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전경들이 어떤 상황에 대한 것입니다. 제 경험담을 제시한것 역시 어떤 개인적인 체험일 뿐이구요.
촛불이라는 거대담론에 왜 그런 개인적인 얘기를 하냐면은 전경들에게 촛불집회는 어떤 정치적인 거대한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생존적인 문제라는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전경들이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말그대로 비현실에 가까운 극단적인 상황의 영향이라는 점이지요.
현재 전경들은 가상을 얘기하기에 너무 극단적인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원래 글을 쓰기시작했던 원문의 트랙백이 현직 전경들의 무의식을 비난하기에 반론한 글이었습니다.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8/09/03 21:32
마지막 문단의 말씀은 정말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장은 반대 편에 있는 저입니다만, 쓰신 글 잘 읽고 갑니다. 다치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회색하늘 at 2008/09/04 03:57
안타깝게도, '나는 안때렸다.' 는 제라늄이라는 개인을 정당화시킬 수는 있지만 '전경' 이라는 집단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어요. 나치 독일 정권 하에서도 인권을 생각해 유태인을 구해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로 인해 나치가 인권 수호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미국산 소고기나 민영화, 대운하 반대는 어디까지나 생존적 문제죠. 그걸 생존적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시위에 나선 사람들에겐 생존적 문제일 수 있어요. 그 결과 시위에 나선 것이고, 시위 당사자들에겐 어디까지나 생존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수단이 시위가 되는 거죠.

왜?

정부가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니까.

그래서 남은 방법이 시위뿐이니까.

단지 그것뿐이에요.

그리고, 시위는 실력행사죠.
실력 행사로 들어간 이상 평화적이라는 단어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선 거예요.

그리고 시민들의 실력 행사는 전경을 앞세운 정부의 더 강한 폭력에 무너졌죠.
이 상황에서 폭력 행사를 놓고 전경이라는 집단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건 넌센스예요.

* 덧, 전경 부상자도 있죠. 하지만 시민 부상자는 훨씬 더 많아요. 정도도 심하고.

하나 더.

시위대에게 포위한 전경들 빼내줬더니, 그 전경들이 돌아와 시위대 포위하고 압박하는 걸 보고 당한 사람입니다, 저.(...)
Commented by 자비 at 2008/10/17 20: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블로그가 없어서 트랙백을 걸지 않고 길지만 댓글로 글을 남기려 합니다. 이것은 2005년 8월에 겪은 제 경험입니다.

그 때 판교에는 재개발 열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본래 화훼나 가구공장 하는 곳인데, 공장이라고 해봤자 노래방이나 여관에서 사용하는 값싼 가구 따위를 만드는 영세 공장으로 공장 한 구석에 집 만들어 사는, 그런 공장들이었습니다. 20년 넘게 산 사람들에게 남겨진 돈은 이사비용 30만원에 주거이전비 750만원으로 그나마도 10년 만기 대출이어서 갚아야 할 돈이었고, 공장부지로 받은 땅은 발안에 있어서 시장과의 거리가 중요한 가구공장이 있을 땅이 못 됐습니다. 철거예정으로 잡혔던 날보다 나흘 앞당겨서 철거가 이루어졌는데, 19가구를 철거하기 위해 쇠파이프와 망치를 들고 온 400여 명의 용역직원들은 바로 옆 소방서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흔히 말하는 닭장차를 타고 와서 의경들과 함께 집을 부수고 사람도 부수더군요. 그 주변은 의경의 방패로 담이 쌓였고요. 저는 판교철거민은 아니고 철거민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될까 싶어 철거민 분들과 잠시나마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입니다만.

전·의경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관해서는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이래저래 어렴풋이나마 알고는 있습니다. 같은 해 가을 부산에서 열린 APEC회담 반대시위 때 제 친구가 의경이라서 병원에 갔는데, 어청수의 특기인 컨테이너 위에 있어야만 했던 의경이 컨테이너가 무너지면서 허리가 나가서 친구 옆에 있었다더군요. 그리고 링크된 "전경들의 아비투스와 나라 망하는 이유"라는 글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경이 명령 이상으로 오버해서 사람을 팬다니, 전·의경이 무슨 사람 패려고 모인 집단인가요? 전·의경이 "'명령과 조직논리에 충실했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이랍디까? 전·의경이 정당화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주장을 이유로 전·의경의 경험 역시 곧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로 치부할 수 있나요? 전·의경이 시위 현장에 서서 진압에 이르기까지 가해지는 온갖 압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권력과 사회 제도에 대한 질타 없이 전·의경 각 개인에게 폭력 진압의 모든 책임을 넘기는 일은 웃기는 짓입니다. 그 속에 끼여서 온갖 고생을 다 하고 폭력의 기억을 의무라는 이름으로 안고 살아야 할 전·의경 개인의 상처를 무시하는 짓도 웃기는 짓입니다. 그것은 마치 집회하는 사람들은 생각 없이 흥분해서 전·의경을 때리기에 바쁘다는, 제가 싫어하는 주장만큼이나 엉터리입니다.

그리하여 제라늄님이 가진 경험의 무게를 제가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거나 보거나 듣거나 읽은 경험들은 제라늄님이 가진 경험의 무게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평생을 함께 한 공장과 집이 무너진 사람에게 쥐어진 800만원의 돈이 생존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어떤 기자도 - 물론 주류 언론 기자는 아예 오지도 않습니다만 - 들어올 수 없도록 의경들이 막는 철거 현장에서 민주적 의사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답이 다르겠지만, 제라늄님께서 그리 생각하시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철거민, 노점상, 노동자, 장애인... 제 친구들이나 형들을 포함해서, 의경들을 보면 온갖 민중가요부터 미국이 왜 축복받은 나라인지는 물론이고 진보단체를 포함한 단골 집회모임들을 줄줄 꿰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제라늄님께서 의경으로 근무하시기 때문에 왜곡된 사실을 받아들이거나, 더 심하게 말해서 꼴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라늄님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자신의 경험을 기억으로 남기려는 용기는 참으로 부럽습니다. 다만 제라늄님이 입대하기 전에도 고통 받는 의경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듯이, 제가 겪은 경험 역시 숱하게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반복될 경험은 제라늄님께서 묘사하시는 층위로만 행해지지는 않았고, 또 않을 것이며, 차라리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생존적인 문제"에 가까울 것입니다.

P.S. 차라리 제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촛불집회에서 국가권력은 너무나 평화롭게 대처했다는 점입니다. 기중기로 사람을 찍어 누르고 트럭으로 사람 머리를 밟고 소화기로 사람을 때려죽이고 임산부를 유산시킨 국가권력의 전력을 생각하면 사람 머리 좀 차고 물대포 좀 쏘는 게 그리 무섭나 싶어서요. 이번 촛불시위 때만 해도 제 친구가 경찰 방패 날에 목이 찍히고 이빨이 부러져서 실려 갔는데, 그 경험이 처음도 아니었고, 한 번도 아니었으며, 더 심한 경우가 오히려 많았으니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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