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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대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듣는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스타 건축가에 대한 무분별한 선호'를 성토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 듯 하다. 아직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것이 국립민속박물관과 국회의사당과 예술의 전당의 뒤를 잇는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이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간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형태가 있다. 이 논란에는 여지없이 동대문 운동장의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 나는 군생활 동안 동대문 주변에 꽤 오랜시간에 걸쳐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에게는 동대문 운동장의 화려했던 기억이 없지만, 이미 쇠락한 운동장의 어디에도 그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동대문 운동장의 기억이 나의 윗세대들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유산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동대문에서 가장 크게 느낀 인상은 그곳이 대한민국의 어느 곳보다 역동성이 넘치는 곳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밀리오레, 두산타워 주변은 동대문이라는 거대한 상권에서 극히 미미한 일부다. 동대문 운동장 너머로 그보다 수배 많은 쇼핑몰들이 밀집되어 있고, 밤 10시가 넘어가면 그곳은 대한민국의 어느 곳보다도 분주한 시장이 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옷가게들이 한 주 동안 팔 옷을 떼가지 위해 이곳으로 모인다. 한번에 옷봉투 서른개들 든다는 달인이 여기에서 일하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밤 10시에 문을 열어 새벽 6시에 문을 닫는 민들레영토가 여기에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동대문 야시장엔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없는 젊은 감성과 연말 명동에는 없는 삶의 역동성이 함께 있다. 또, 동대문은 옷을 파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옷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동대문시장 주변에는 원단이나 아예 단추나 지퍼만 전문으로 파는 상가가 있다. 손님이 뜸한 오전에는 그런 의류 부자재 상가와 원단가게들을 오가는 오토바이들이 쇼핑객들을 대신해 동대문을 채운다. 마네킹만 파는 거리가 있고, 옷봉투만 파는 거리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동대문 상권의 역동성은 마치 항구와 같다. 다양한 삶의 부스러기들이 여기에 부대끼며 살고 있다. 그것이 동대문이 명동이나 강남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그런데 그 거대하고 북적이는 항구의 한가운데에서 동대문 운동장은 어떤 의미일까. ![]() 동대문 운동장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구조는 있되 실제적인 기능을 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전과 같다. 대부분의 날을 굳게 닫친채, 동대문 운동장은 상징물로 남아있다. 동대문 운동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기억이 존치되길 바란다. 나 역시 너무나 쉽게 기억을 지우고 다시 쓰는 방식에 큰 거부감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래야 할 필요도 있다. 동대문이라는 항구에 동대문 운동장은 너무나도 큰 신전이다. 그것도 너무나 많은 것을 가로막고 있다. 내가 군대에 가기 전까지 동대문 시장에서 동대문 운동장 쪽으로 길을 건너 본 적이 없다. 그 너머를 궁금해 한적도 없다. 동대문 운동장 안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추억이 얽혀있지만 그 밖으로는 지금도 밤을 세우는 삶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것의 존치가 가치있는 만큼 그 나머지 것들도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그 답이 자하 하디드의 건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를 비판하는 많은 말들은 오로지 건물만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자하 하디드의 건물과 철거된 동대문 운동장과 또 가까이에 있는 동대문과 또 복원될 성곽들만 보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 운동장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은 그 밖에도 많이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아무도 상인이라던가 동대문 시장같은 얘기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그녀의 많은 작품들처럼)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 건물은 많은 문제점들이 있겠지만 대지 전체로 보앗을때는 건물을 강조하면서도 많은 부분을 공원과 성곽을 위해 비워주웠다. 가장 상권이 활성화된 흥인문로를 따라 건물이 배치되고 그 후면을 비운것과 또 유동적인 형태로 인해 그 경계가 허물어져 비워있는 것과 채워져 있는 것이 함께 있는 것은 그렇게 나쁜 선택이 아니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유동적인 형태가 유효하게 작동한다. ![]() 결론적으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건물이 완공되었을때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건물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일 것이고 언론들은 다투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동대문 시장이 더 새로워 지고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더 많은 쇼핑객들이 모일 것이다. 드디어 사람들은 동대문 운동장쪽으로 길을 건널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플라자가 그 자체로 관광명소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동대문 시장을 소개하는 안내책자의 간판사진 쯤은 될 것이다. 물론, 중요한 얘기가 아닐 수 있다. 건축가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개발이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언젠가 그 건물이 완공되고 언론들이 호들갑들을 떨 때, 소위 건축가라는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할 시민들에게 우리가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이런 얘기도 해야한다. 그리고 동대문 시장의 역동성과 그들의 생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한다. 그러면서 그 미래와 발전도 그려야 한다. 이런 말들이 전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동대문 운동장을 이야기하면서 자하 하디드만 찾을 것인가. |
by 제라늄 메뉴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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